《레드콘》(Redcon-1, 국내명: 런던워Z)은 런던 도심 전체가 고립된 채 감염자와 군인들이 맞서는 영국 좀비 액션영화로, 도시 봉쇄, 생존자 수색, 그리고 인간성과 명령 사이의 충돌을 전면적으로 다룬다. 도심 재난과 감염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흥미로운 시사점과 몰입감을 제공한다.
도시: 고립된 런던, 문명의 심장이 무너지는 공간
영화 《레드콘》은 도시 ‘런던’ 전체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고립된 채 폐허가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런던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 도시는 역사, 전통, 현대화, 세계화의 상징이자 영국인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도시가 영화 속에서 통제 불가능한 혼란과 파괴의 중심지로 변모하면서, 관객은 '도시의 붕괴'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문명의 해체와 가치 전환의 은유로 기능함을 직감하게 된다.
초반 뉴스 속보에서 '전면 봉쇄'라는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영화는 전환점을 맞는다. 템스강 다리를 지나던 민간 차량들은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고, 병사들이 검문소를 설치해 출입을 제한한다. 빅벤, 런던 브리지, 지하철 역과 같은 상징적 장소들은 감염자들의 습격과 무정부적 전투의 배경이 된다. 특히 지하철역에서 벌어지는 밀폐 공간 내 전투 장면은 압도적인 긴장감을 제공하며, 익숙했던 도시의 장소가 어떻게 공포의 아이콘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이런 배경 설정은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실제로 겪은 봉쇄 상황, 도시의 멈춤, 사회적 단절 등과 겹치며 예언적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레드콘》은 도시가 무너진다는 것이 단지 구조물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질서의 붕괴, 공동체의 해체, 인간성의 실종을 의미한다.
군사작전: 국가 명령과 개인 윤리 사이의 갈등
《레드콘》의 서사 핵심은 감염지역에 투입된 8인의 특수 부대원들이 수행하는 비밀 작전이다. 이들은 표면상 한 과학자를 구출하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보이지만, 점차 임무의 진실이 의심받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군사작전이라는 것이 ‘국가’의 입장에서 얼마나 인간의 감정을 제거하고 명령에 복종하도록 설계된 기계적 체계인지 강조한다.
중요한 점은, 이 작전에 참여한 병사들조차 감염자들과 마주하면서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감염자들은 일반적인 좀비와는 달리 의식을 지닌 듯한 행동, 집단성, 전략적 전투 패턴을 보인다. 일부는 말을 하며, 동료를 지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사들은 과연 ‘살상 대상’을 어디까지로 규정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어린아이가 감염되었지만 공격적이지 않은 상태일 때, 또는 어른이 감염 증세가 있지만 스스로를 제어하고 있을 때, 병사들이 내리는 판단은 모두 다르다. 명령에 충실한 자는 방아쇠를 당기고, 인간적인 동정심을 가진 자는 총을 내린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결국 내부 갈등을 낳고, 병사들 간에도 신뢰가 붕괴되는 지점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액션 장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이 국가를 위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가,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키며 국가의 명령을 거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묻는다.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라는 질문은 전투가 치열해질수록 더욱 날카롭게 관객의 마음을 찌른다. 이는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라, 윤리적 트릴러로서의 완성도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염자: 괴물이 아닌, 인간이 만든 새로운 생명체
《레드콘》에서 등장하는 감염자들은 흔히 말하는 '좀비'의 전형과는 다른 형태를 띤다. 이들은 때로는 군사 훈련을 받은 것처럼 행동하며, 무리지어 작전처럼 움직이고, 인간처럼 도망치기도, 협동하기도 한다. 이는 감염자들이 단순한 생물학적 변종이 아니라, 어떤 실험이나 통제를 거쳐 만들어진 인공적인 존재임을 암시한다.
즉, 이 영화는 감염자 자체를 인간이 만든 결과물로 설정하며, 일종의 ‘사회적 실패의 형상화’로 기능하게 만든다. 그들은 괴물처럼 보이지만, 본래는 인간이었고, 그 인간을 괴물로 만든 것이 실험과 군사 개입,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이었다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다.
감염자들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눈을 깜빡이고, 누군가는 말을 걸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린다. 이런 장면을 통해 영화는 관객이 일방적으로 ‘괴물’이라 단정지을 수 없도록 만든다. 오히려 그들을 만들어낸 인간, 그들에게 총을 겨누는 국가, 침묵하는 시스템이 진짜 괴물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장르적 장치를 넘어,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지닌다. 감염자들을 통해 우리는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살릴 것인지를 다시 묻게 되며, 인간이 만든 위험이 결국 인간 자신에게 돌아오는 역설을 경험하게 된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레드콘》(런던워Z)은 단순한 좀비 액션을 넘어, 현대 도시의 붕괴, 군사적 명령 체계의 윤리적 함정, 인간이 만든 괴물에 대한 책임이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다.
런던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몰입도 높은 시청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한편으로는 우리가 외면했던 문제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을 만들어놓고도 책임지지 않는 우리의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영화는 다시 봐야 할 의미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