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고발극 영화 신문기자

by 월척여행 2025. 5. 1.

신문기자 신문보는 모습

《신문기자》(2019)는 일본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한 정치 스릴러 영화로,
한 여성 기자가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며 겪는 갈등과 위험을 묵직하게 그린 작품이다.
실제 스캔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픽션 이상의 현실을 담아낸다.
진실과 침묵, 언론과 권력의 본질을 되묻는 고발극이다.

저널리즘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 기자의 윤리와 현실 사이

《신문기자》의 중심에 선 인물은 도쿄의 한 일간지 기자 ‘요시오카’(한국계 일본인 배우 심은경).
그녀는 우연히 한 제보를 받게 된다.
정부가 신설하는 국립대학의 수의학부 설립 계획이 사실상 총리관저의 비선 라인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
이 사건은 현실의 ‘가케이학원 스캔들’을 모티브로 한다.

요시오카는 사실 확인을 위해 발로 뛰며 자료를 수집하고, 내부고발자를 설득하고, 익명의 취재원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하는 건 단순한 ‘취재의 어려움’이 아니다.
공문서 조작, 공무원의 자살, 언론사 내부의 압박, 가족을 향한 신상 털기—
이는 일본 사회 안에서 언론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며,
실제로 영화 개봉 당시 현직 기자들이 “현실보다 덜 자극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로 화제가 됐다.

이 영화가 중요한 이유는, 기자의 고군분투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싸움이 고립의 연속이고, 지독한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요시오카는 선배 기자로부터 “너 혼자만 진실을 좇으면 뭐 하냐”는 냉소를 듣고,
편집부장은 “이 기사는 사회적으로 민감하니 뺄 수밖에 없다”는 말로 보도 자체를 막는다.
그녀는 혼자다.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이들 사이에서, ‘말하는 자’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한다.

언론이 사회의 감시자라는 이상론과,
회사 조직과 광고주,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사라지는 이상 사이.
그 ‘틈’에서 요시오카는 계속 외줄을 걷는다.
그리고 관객은 이 고군분투가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언론인들의 매일의 진실이라는 걸 직감하게 된다.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지우는가 – 시스템의 얼굴 없는 폭력

《신문기자》는 단지 언론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일본 현대 정치 시스템의 민낯, 그리고 민주주의의 구조적 취약함을 드러낸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실제 스캔들 속에서도 논란이 됐던 ‘공무원의 자살’이다.
내부고발을 고민하던 한 고위 공무원이 공문서 조작과 윗선의 압박 사이에서 고통을 겪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영화 속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온다.
카메라는 과하게 감정을 유도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 책상 위에 남겨진 유서,
책장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공문서 사본,
그리고 비 내리는 날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의 뒷모습이 전부다.
그런데도 그 무게는 관객의 가슴을 꿰뚫는다.

권력은 총을 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람을 고립시키고, 두렵게 하고, 죄책감을 심고, 말 못 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말하는 ‘시스템의 폭력’이다.
그 폭력은 이름이 없고, 얼굴이 없다.
누군가가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조직 전체가 침묵을 조장하고,
그 침묵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다.

이 시스템 속에서 공무원은 부속품이다.
말하는 순간 잘려 나가고, 말하지 않으면 양심이 무너진다.
이 잔혹한 딜레마를 고발하는 방식이 이 영화의 진짜 힘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무서운 세상은, 과연 정상인가?”
《신문기자》는 이 질문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질문을 품게 된다.

영화는 픽션이 아니다 – 실화가 던지는 질문들

《신문기자》는 허구의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이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건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인가?”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영화의 80% 이상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케이학원 스캔들’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연루된 정치 비리 사건으로,
총리의 측근이 운영하는 학교가 특혜를 받아 정부로부터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하고,
각종 인가 과정을 우회 통과한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문서 조작이 있었고, 이를 폭로한 재무성 직원이 자살하면서 일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은 언론에 의해 밝혀졌고,
그 과정에서 취재기자들 역시 극심한 압박을 겪었다.
보도 금지 압력, 정부의 보조금 삭감 위협, 광고 철회 등.
언론 자유지수 세계 70위권의 일본에서,
이 영화는 언론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투영하는 다큐멘터리적인 픽션이었다.

주연 배우 심은경의 섬세한 연기와 카메라의 긴장감 있는 시선은
‘픽션이지만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감정 과잉 없이, 절제된 리듬으로
현실의 복잡한 구조와 감정의 흐름을 동시에 잡아낸다.

영화를 본 관객 중 상당수는 “뉴스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뉴스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뉴스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점이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신문기자》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를 묻는 영화다.
언론의 역할, 시스템의 압박, 개인의 용기—
이 모든 질문을 담은 이 작품은 픽션보다 더 현실적인 고발극이다.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다시 이 영화를 꺼내야 하는 이유다.